에디토리얼
흙, 모래, 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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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흙, 모래, 살결

누디아잘이 색을 고르는 방식, 그리고 쓰지 않기로 한 색에 대하여.

누디아잘에는 형광색이 없다. 쨍한 빨강도, 멀리서 눈에 띄는 파랑도 없다. 색을 정할 때 쓸 색보다 먼저 정한 것은 쓰지 않을 색이었다.

운동복은 대개 크게 말한다. 멀리서도 보이는 색, 움직일 때마다 번쩍이는 색.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는 좋지만 몸보다 옷이 먼저 보인다. 누디아잘이 만들고 싶은 것은 입은 걸 잊게 하는 옷이라, 색도 그 방향을 따랐다.

그래서 색을 바깥이 아니라 몸에서 찾았다. 무채색, 그리고 흙과 모래와 살결. 피부에 가까운 색은 옷과 몸의 경계를 흐린다. 어디까지가 옷이고 어디부터가 몸인지 잠깐 헷갈리는 순간이 우리가 원하는 감각에 가장 가깝다.

색이 조용해야 다른 것이 들린다.

흙과 모래는 오래된 색이다. 사람이 처음 몸에 무언가를 두르기 전부터 있던 색이고, 시간이 지나도 낡아 보이지 않는다. 유행을 타는 색은 한 철이 지나면 옷을 서랍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오래 입는 옷이 되려면 색부터 오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브랜드의 바탕색도 같은 기준으로 골랐다. 검정에 가까운 짙은 흙색, 그 위의 밝은 베이지, 둘 사이를 잇는 회갈색. 화면에서 보는 누디아잘은 이 세 가지 색 안에서만 움직인다.

색을 줄이면 보이는 것이 있다. 원단의 결, 빛이 닿는 방식, 몸이 움직일 때 생기는 주름. 화려한 색이 대신 말해주던 것들을, 이제는 옷 자체가 말해야 한다.